孫회장 1일 방한 “비즈니스 목적”… 李부회장도 지난달 “제안올것 같다”
AP 설계시장 90% 장악한 ARM, 삼성서 인수땐 경쟁력 확보 기회
내부선 “가격 너무 비싸다” 부정적… 컨소시엄 참여-일부만 인수 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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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은 계륵(鷄肋) 같은 존재가 됐다. 인수하기에는 지나치게 고평가됐고 그렇다고 인수하지 않을 경우 경쟁사보다 불리할 수도 있다.”

ARM은 소프트뱅크가 지분 75%,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25%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ARM간의 협력 관련 시나리오는 크게 세가지다.
우선 지난 2월 엔비디아가 ARM 인수에 실패한만큼 삼성전자의 단독 인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신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 인수, 지분 투자, 전략적 기술 제휴 등이 대안으로 언급된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ARM이 더이상 매력적 매물이 아니란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상되는 인수 가격이 80조원~100조원으로 매출(지난해 기준 한화 3조9000억원)에 비해 비싼데, 독과점 관련 각국 규제당국 승인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고객사들과의 관계 등 리스크는 크기 때문이다. 들이는 돈에 비해 이익은 크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사실 ARM 인수 건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손 회장이 안달이 나 있는 상황"이라며 "파격적 인수 가격을 제시하면 모를까 단독 인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비전 펀드 손실로 소프트뱅크가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내면서 손 회장이 ARM을 활용해 자금 조달에 나선 상황이다.

ARM이 제공하는 반도체 기본설계도인 아키텍처(프로세서 작동법)와 특허 등 지식재산권(IP)이 가지는 독점적 지배력이 과거보다 최근 들어 약해진 것도 삼성전자가 굳이 ARM 인수에 나설 필요가 없어진 이유 중 하나다.
개발자로선 오픈 소스 방식의 리스크파이브 기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ARM보다 비용 절감에 유리한 셈이다. 사이파이브는 삼성벤처투자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와 퀄컴, 인텔, AMD 등 여러 업체로부터 지분 투자를 유치했다. 애플은 ARM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코어 칩 설계기반을 리스크 파이브 기술로 전환하고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의 팹리스’라고 불렸던 ARM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존재였다. 반도체 기본 설계도인 ‘아키텍처’(프로세서 작동법)를 만들어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퀄컴, 화웨이, 미디어텍 등 세계 1000여개 기업에 공급하고 있어서다. 현재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중 90% 이상이 ARM 설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전력을 덜 소모하는 방식으로 반도체를 설계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AP를 넘어 클라우드서버, 인공지능(AI) 프로세서 등으로 확장해 활용될 가능성도 크다. 그래픽 반도체칩 최강자인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노렸던 이유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RM의 특허 로열티가 이전엔 강력했지만 지금은 사이파이브 등 대체할 곳이 늘어나면서 '굳이'라는 의문이 든다"며 "예상 인수 가격을 ARM의 현재 시장 지위와 저울질 해봤을 때 비싼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단독 인수보다는 공동 인수 시나리오가 좀더 유력하게 제기된다.
앞서 ARM 공동 인수 의사를 밝혔던 SK하이닉스와 인텔, 퀄컴 등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 인수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정호 SK하이닉스 회장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ARM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이 한국 체류 기간 동안 SK하이닉스 경영진과도 접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일부 경영진들은 공동인수가 IP 로열티를 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 인수합병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이 역시 탐탁지 않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RM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지분 인수와 기술 협력 등 어떤 방면으로든 협력 관계는 강화할 것이라 보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저전력반도체 기술은 현재로서는 ARM이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지만 이미 애플 등은 ARM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코어 칩 설계기반을 ARM에서 RISC-V(리스크 파이브)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뱅크는 ARM의 고객을 잡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면서 “삼성전자 입장에서 굳이 무리하게 ARM 인수에 나서기보다는 전략적인 제휴를 강화하면서 ARM의 설계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낫다”고 귀띔했다.
또 삼성이 ARM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유지되고 있다. ARM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3조9000억 원이다. 이에 비해 현재 예상되는 인수 가격 50조∼70조 원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오픈 생태계를 지향하는 사업 방식에 대해서도 삼성의 의구심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현재 엔비디아가 만드는 중앙처리장치(CPU) 중 일부는 이미 ARM을 앞선 것도 있다”고도 지적했다.